며칠 전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SNS에서 빠르게 공유되면서 화제가 된 글이 있습니다.
카이스트 출신으로 현재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로 계신 김상욱 교수님의 페이스북 글이었는데요,
이과가 이과했다, 물리학자의 라면 비법이라고 해서 세간에 화제가 되었어요.
라면 빨리 맛있게 끓이는 법
특히 일상 속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인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에 대한
과학자 특유의 실험 정신과 증명 과정을 유쾌하게 쓰셔서 웃음을 자아낸 한편,
라면 포장지 뒷면에 쓰여 있는 물이 끓은 후에 면과 스프를 넣는 정석적인 방법보다
과연 찬물에 곧장 넣고 끓이는 방법이 정말로 더 맛있어질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것이죠.
정말로 그렇다면, 끓어서 김이 올라오는 물에 면과 스프를 넣느라 열기를 맞서지 않아도 되고
냄비를 올릴 때부터 찬물에 그냥 면과 스프를 함께 넣기만 하면 되니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데다가
면발 마저 완벽하다니 굳이 마다해볼 이유가 전혀 없는 방법이었던 것이죠.
그야말로 혁신, 새 역사의 시작인 것입니다.
이튿날 인사이트라는 곳에 기사로도 올라오고, 교수님 본인 역시도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실 정도로,
며칠간 (어쩌면 지금까지도) 이 글은 동조 혹은 반대, 논란을 낳으며 파급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ㅎㅎㅎ
요즈음은 나트륨과 라면 섭취를 줄이려 하고 있기 때문에 잠시 망설였지만
그래도 호기심 때문에 해보지 않을 수 없었어요. ㅎㅎㅎ
찬물에 면, 스프 넣고 끓이기
우선 원글의 실험에서 라면 2개 이상의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도 1개만 끓여보았습니다.
계란과 대파는 모두 집에 있었기 때문에 곧장 해보았어요.
댓글 중 3개를 끓여보신 어떤 분이 넓고 얕은 냄비를 이용했더니 면이 균일하게 익지 않았다고
면들이 모두 물에 잠길 만큼 좁고 깊은 냄비면 될 것 같다고 의견을 남겨 주시긴 했으나,
라면은 물 양 역시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기 때문에 가장 맛있는 상태로 먹기 위해서 1개로 해보았어요.
집에 있는 신라면 1개를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물 550ml를 냄비에 붓고, 곧장 면과 스프를 함께 넣어줍니다.
차디찬 물에서 면이 잘 익을 수 있을지.. 걱정반 기대반 기다렸습니다.
저 방법대로라면 물이 끓기 시작했을 때, 계란을 넣고,
30초 후에 파를 넣고, 10초만 더 끓인 후에 불을 끄는 것이어서
실제로 끓는 상태에서는 40초만 가열하는 방법이었거든요.
물이 끓기 전, 면에 물이 스며들어야 한다는 다른 분의 글을 기억하고,
양면에 모두 흡수되도록 면을 한번 중간에 뒤집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을 때, 계란을 넣어 주었습니다.
평소에는 계란물을 푼 다음에 라면에 둘러주는데, 얼만큼 익는지 궁금해서 통째로 투하했습니다.
그리고 30초가 지났을 무렵, 파를 넣어줬어요.
저는 대파를 좋아해서 큼직큼직하게 여러 덩이를 넣었어요.ㅎㅎ
그러다보니 10초만 지난 순간에서는 대파가 너무 덜 익은 느낌이라서
대파를 익히기 위해 10초 정도 더 익혔습니다. 총 50초 가량, 1분이 넘지 않게 끓이고 곧장 불을 꺼주었습니다.
사실 저희 집은 인덕션이라서 물이 빨리 끓는 편이기 때문에 제대로 익지 않을 것을 걱정했는데,
면이 약간 꼬들하지만 탱글탱글 식감이 무척 살아있어서 맛있었어요.
원글에서 김교수님께서 "완벽한 면발"이라고 하신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ㅎㅎㅎ
계란은 반숙 보다 좀더 익은 느낌이어서 노른자가 흐르지 않지만 부드러운 상태로 먹기 딱 좋았어요.
파는 제가 단단한 부분도 같이 넣어서 10초 정도 더 익혔는데,
결과적으로는 잘 익어서 익힌 파 특유의 부드럽고 단 맛이 났습니다.
그리고 라면 면발에 맛이 더 진하게 배어든 느낌이었어요.
굳이 김치가 필요하지 않아서 김치를 꺼냈지만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면발과 파, 면발과 계란, 면발과 파... 번갈아 먹다 보니 어느새 금방 다 먹어버리고 말았어요.
우선 이 조리 방식은 기존의 조리 시간을 4분 정도 더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고,
푹 삶은 면보다 탱글탱글한 식감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더 잘 맞는 방법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라면을 빠르고, 맛있게 드시고 싶은 분들께 적극 추천드립니다.
더불어서 제조법이 낯선 외국인들에게도 편리한 방법일 것 같아요.
물이 끓은 다음에 면, 스프 등을 넣고 몇 분 몇 초 끓이라고 하는 것보다
그냥 처음부터 물에 같이 넣고 중간에 한 두 번 뒤집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기호에 따라 계란, 야채를 추가하고 몇 초만 더 끓이다 끄면 된다고 하면
라면 만들기 정말 쉽고 간단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ㅎㅎㅎ
외국인 친구에게는 앞으로 이렇게 알려주어야지 생각했습니다.
저도 앞으로 계속 이렇게 먹게 될 것 같구요.ㅎㅎㅎ
좋은 방법을 공유해주신 김상욱 교수님께 (비록 개인적 친분은 전혀 없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오늘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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