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난 12월 6일 응시한 N2 결과가 나왔습니다 (2021년 1월 25일 결과 발표).
Result를 보시면, "Passed"로 합격했어요.
살면서 첫 응시한 것인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쁩니다.
저는 이 블로그 시작과 함께 D-100 JLPT 공부 포스팅을 올렸었는데요,
그 포스팅을 맺기 위해서라도,
100일 합격 수기(?!) 공략법을 정리 차원에서라도 올려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단, 미리 말씀드리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방법일 수는 없고,
구입한 책들은 순수 "내돈내산"이며, 타사 책들과 모두 비교한 후 구입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작년 3월까지는 카타카나는 커녕 히라가나도 제대로 몰랐어요. (일알못)
그런데 상반기에는 다른 일이 많이 바빠서 일본어 공부는 일본어 글자 외우기밖에 못하고
시간이 어영부영 흘렀습니다. 그러다가 8월부터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카타카나가 익숙해지는 데에도 시간이 제법 걸렸어요. 카타카나를 외우니 히라가나도 헷갈렸구요.
빈 종이를 꺼내서 글자를 혼자 다 써보고 틀린 부분은 다시 외우기를 몇 번 반복했습니다.
글자 외우기: 빈 종이에 안 보고 전체 쓰기 반복
한국에서 책들을 주문했고, 욕심껏 잔뜩 산 까닭에 책 분량에 맞춰 계획을 짜니
도저히 현실적으로 지키지 못할 양의 공부량이 나왔어요.
당연히 계획을 세운 첫 날부터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좌절하고...
우선은 가장 약한 부분부터 보완해야 마음도 덜 불안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제 가장 큰 문제점은 어휘, 특히 한자가 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한자는 한문 시간 외에는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가장 큰 구멍이었어요.
그래서 8월에는 한자 전용 책을 먼저 봤습니다.
D-100 한자책, 기본 문법서
한자 초급: 일본어 한자 터잡기 입문편+초중급편 (이수길 저) 1회독 #광고아님 #내돈내산
한자 기초지식이 있는 분들이라면 불필요할 수 있지만,
저는 한자가 약해서 한번 다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양을 배울 수 있었어요.
자주 쓰는 단어와 한자도 여러 번 소리 내어 읽고 꼭 직접 써보았어요. 예문도 꼭 보고요.
(한자 쪼렙이라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과정입니다.)
매일 조금씩 나눠서 읽었지만 그래도 몇 주가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한자를 매일 쓰면서 외웠더니 손과 손목도 아팠구요. 스프링 노트 1권 정도를 썼어요.
일본 초등학교 1~6학년에서 배우는 한자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붙었고
나오는 단어들 역시 정말로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들이어서 매우 유용했어요.
내가 초등학생들 정도 단어는 안다고 생각하니까 든든해지더라구요.
그 다음에는 기본 문법서를 여러번 읽고, 중요한 문법 내용을 외웠습니다.
제가 가장 부담없이 계속 할 수 있을만한 얇고 작고, 가장 쉽게 설명되어 있는 것 같은 책을 일부러 골랐어요.
고등학교 일본어 선생님께서 쓰신 책이라 한국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배우는 수준일 거라 생각하고 구입했습니다.
문법 초급: 착! 붙는 일본어 문법 (장재은 저) 2회독 #광고아님 #내돈내산
이렇게 기초 작업을 하니 어느덧 10월이 되었습니다. (2개월 순삭)
일본어만 파실 경우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실 수 있을 테지만
생활을 하면서 일본어를 공부하는 수준으로는 이 정도가 최대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있는 연습 문제를 다 풀고, 기본 정리표와 문법 규칙을 반복해서 외웠습니다.
이렇게 마치고 나니 자신감이 더 생기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초 단어와 문법만 마쳤는데도, 안보이던 문장들과 단어들이 보이고 들리기 시작했어요.
특히 수동형, 사역형, 가능동사 등이 드디어 구분해서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 신기했어요.
그리고나서 이제 제가 구입한 다락원 JLPT 콕콕 찍어주마 책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책이 총 5권이라 내용은 충실하지만, 분량이 너무 많은 것이 단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보다 보면 하염 없이 붙잡고 보게 되는 단점이 있었어요.
초급자인 제 눈에는 다 중요해보여서 계속 보지만 분량 자체가 많아서
혼자서 공부하기에는 벅차고 이미 압도 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시간을 많이 버렸어요. 돌이켜보면 시간이 참 아깝습니다.ㅠㅠ
공부도 하기 전에 5권 분량 책들을 보면서 '무리다, 떨어지겠다' 지레 겁을 먹었던 것 같아요.
사실 외국어 종합 시험이다보니 당연히 공부량이 많이 필요한데도,
그걸 정리한 책의 부피를 보자니 남은 시간동안 불가능하게만 느껴졌던 거죠.
그래서 기껏 책을 보면서도 '이걸 언제 다보지?' 이런 불안감이 깔려 있다보니 제대로 집중이 되질 않았어요.
이제 시험은 50일 정도 밖에 안 남아서 매일 봐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공부를 놓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정말로 앞부분 밖에 보질 않아서, 나머지 부분은 완전히 새 책 같은 상태로 남아 있어요.)
공부하는 것 같은 폼만 잡았지만 공부는 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공부하게 된 것이 바로 1권짜리 책이었어요.
원래 처음에 같이 샀었지만, 그땐 모의고사가 포함있다고 해서 구입한 이유가 컸었어요.
제대로 공부하려면 주제별로 나뉜 것을 봐야지 하고 5권짜리 책을 보겠다고 완전히 미뤄두었다가
막상 시험이 닥쳐오고 시간은 없으니;; 분량이 적더라도 우선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기로 하였습니다.
종합서: 시나공 JLPT N2 (이신혜, 스미유리카 저) #광고아님 #내돈내산
5권 책을 보다가 이 책을 보다 보니 갑자기 시험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서, 우선 기출문제와 유형 파악부분을 보았습니다.
사실 시험 유형을 여전히 전혀 모른 상태였어서 유형 부분만 읽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만으로는 기출문제를 수월하게 풀 수 있는 수준이 전혀 아니었기에
또 한 번 좌절을 하고 OTL.. 다시 공부 계획을 잡았습니다. orz..
그래도 단권으로 된 책이다보니 계획을 짜기가 훨씬 수월했어요.
처음에 사고 하루 이틀 공부한 후 던져 놨던 상태라
다시 보니 책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더 집중도 잘 되는 느낌이었어요..
책에서 비중있게 다루는 "문제분석과 완벽대비법" 파트를 읽고,
다음에는 핵심 어휘와 문법 등을 소개한 부분을 1회독 하였어요.
딱히 쓰면서 읽지 않고 계속 눈으로 보고 보면 적어도 한자 독음으로라도 읽고 넘어갔어요.
이 정도까지만 본 다음에 모의고사 1회분을 풀었습니다. (이 책에는 모의고사가 2회분이 실려 있습니다.)
당연히 부족한 실력이었지만, 미리 중간 점검을 하는 것이 필요했어요.
모의고사를 보고 난 후에는 확실히 상태 점검이 되었고 자기 객관화가 확실히 가능했어요.ㅎㅎㅎ
모의고사 1회를 보고 난 직후 상황과 각각의 대처법:
1) 문자 어휘 → 살짝만 봐주면 크게 향상 될 가능성 있음.
2) 문법 살짝 위험 → 여기가 가장 쉽게 성적 올릴 수 있을 걸로 예상됨.
3) 독해 위험 → 1) 2) 향상과 같이 턱걸이를 넘기는 게 목표 (독해는 언어지식의 연장이기 때문)
4) 청해 턱걸이 → 1) 2) 향상과 같이 턱걸이를 넘기는 게 목표
학습 전략과 목표
- 전략: 언어지식 파트(문자,어휘,문법)를 적극 단련해서, 독해와 청해까지 같이 단련되는 것을 노림.
- 목표: 시나공 JLPT N2 1권 문제집을 되도록 많이 풀어서 '시험문제를 푸는 것'을 목표로 삼음. 어휘와 문법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기.
그리고 이 단계에서 수정한 계획은 1단원 한자파트는 과감히 넘긴다는 것이었습니다.
→ 이유 1: 한자 하나에 대해서 너무 많은 것을 외우게 함. 일단 한자 하나당 하나의 뜻만 알아도 충분한데, 다 외우게 해서 낭비가 심함. 나중에 필요하면 더 외우면 될 뿐이다.
→ 이유 2: 2단원 어휘 파트에서 중요단어들은 어차피 다 배운다. 여기서 단어를 익히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시험을 앞둔지 이제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전과는 좀 다른 계획이 필요했습니다.
이 책 역시 벼락치기용이 아니라 이미 공부를 충실히 한 사람이 총정리하기에 적합한 책이었기 때문에, 책 순서를 정석때로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각 파트를 보는 방법을 나름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페이지는 모두 시나공 책 기준입니다.
어휘파트 보는 법
- 문제이전에 있는 93~226 페이지에서 필요해 보이는 정보들을 추려서 익힌다.
- 효율적인 취사선택이 필요하다. 무식하게 다 외운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 92~117 페이지까지는 문제유형만 보고 넘어간다.
- 118~226 페이지가 주요 공략대상들이다.
- 기본 전략은 그 중에서 절반 정도 혹은 그것보다 더 작은 양의 '문제로 나올 법한 것들' 만 먼저 외우는 것이다. 예를 들면 134쪽부터 나오는 2글자짜리 음독명사는 186쪽까지 있는데 이걸 다 외울 생각을 하면 안된다. 시간낭비다. 빠르게 외우는 법은, 잘 외워지는 것들을 우선적으로 외우는 것이다.
- "안 외워지는 거, 기껏 열심히 외웠더니, 문제에 안나오더라" 혹은 "그 단어 몰라도 풀 수 있게 되어 있더라" 라는 패턴은 꽤 자주 있는 패턴이고, 이런 패턴을 꼭 피해서, 효율적으로 암기를 해야한다.
즉, '이 단어 모르면 문제 풀 수 없겠다. 문제 이해조차 안되겠다' 같은 단어 위주로 외운다. (대표적인 예시: 대부분의 동사) - 이미 알고있는 단어, 보자마자 쉽게 외워지는 단어(보자마자 안 걸로 간주하고)는 단어 앞의 체크박스 2개중 왼쪽에 체크를 하자.
- 자주 쓰는 의미의 단어와, 판단하기 애매하거나 왠지 외워야 할 것만 같은 단어에만 동그라미 표시를 하고 외운다.
- 잘 안 쓰인다 싶은 의미의 단어는 x 표시를 하거나, 과감하게 취소선을 그어주거나, 그냥 아무 표시없이 넘어간다.
2글자짜리 음독명사 (134~186쪽) 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은, 양은 적지만, 효율은 좋아보이는 186페이지부터 있는 것들이다. - 특히 い형용사나, な형용사, 동사, 부사, 접속사는 꼭 외우자. 부사랑 접속사, 그리고 220 페이지의 '기타 뒤에 붙는말'은 외우는 것만으로, 문법도 어느 정도 커버될 수 있다.
- 한번 쭉 보면서 표시를 다하고 나서, 다시 반복하며 새롭게 표시를 남기는 걸 목표로 한다.
- 목표는 3~4회독을 하며, '내가 생각하는 문제로 나올 법한 단어'들을 익힌다. 3회독 후, 문제풀이로 넘어간다. (1~2회독으로 충분하다 느껴지면 바로 문제풀이로 넘어가도 된다.)
문법파트 보는 법
- 어휘파트와 마찬가지로 문제 유형만 보고 넘어간다.
- 279페이지부터가 정말 외워야할 대상이다. 30페이지 정도의 양이고, 이미 아는 내용에 비슷한 것들이 묶여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하루안에 외울만하다.
- 304~305는 어느정도 이해가 필요. 306~308의 존경어는 확인만 해두자.
독해파트 보는 법
- 유형 분석과 푸는 요령, 기출문제를 파악하여, '어떤 것을 묻는 문제가 잘 나오는지' 를 파악한다. 이러면 감으로라도 맞추는 문제가 늘어난다. 문제를 무조건 많이 푼다고 도움되지 않는다.
- 339, 345, 350, 355 페이지의 기출문제보기 & 문제1,2,3은 쭉 봐두면 어떤걸 물어올지 감을 잡기가 쉬워진다.
청해파트 보는 법
- 청해유형분석과 푸는 요령만 파악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412 페이지의 청해기초지식을 익혀간다.
- 기초지식과 요령만 익혀도 10문제는 더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보고 난 후, 모의고사 2회분을 또 풀었어요. 확실히 좀더 나아진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의고사 2회분을 복습하고 책에서 체크해둔 부분을 보면서 시험날 당일을 맞이했습니다.
시험장으로 가는 동안 가장 열심히 본 시나공 책을 손에 들고 갔어요.
시험은 토요일이어서 남편도 같이 가주었는데, 남편에게 길을 모두 맡기고 저는 책을 보면서 갔습니다.
다행히 시험시간 일찍 도착했고, 코로나로 인해 체온 측정을 하고 수험번호 확인을 하고 들어갔어요.
거리두기 때문에 널찍하게 시험을 쳐서 좋았고 결시자도 제법 있었어요.
1교시 언어지식(문자, 어휘, 문법), 독해를 보고 쉬는 시간에는 1층 밖으로 가서 마스크를 벗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미리 준비해간 샌드위치랑 음료수를 먹었어요.
시험을 치는 동안 출출해져서 먹을 걸 챙겨가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스크를 잠시나마 벗고 바깥 공기를 마신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쉬는 시간동안 저는 일본어 듣기 파일을 계속 반복해서 들었어요.
저는 청해가 제일 취약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계속 일본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이 줄어드는 느낌이었어요.
그랬던 덕분인지 청해는 제가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었는데, 시험 결과는 청해가 가장 높게 나왔어요.
더디더라도 노력한만큼 실력이 늘고 점수로 보답을 받은 것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저는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공부 목적으로 일본 콘텐츠를 보기 시작한 거라
예전에는 일본어 노래나 드라마, 영화를 별로 안봐서 듣기가 정말로 제일 어려웠었어요.
일부러 콘텐츠들을 찾아 듣고, 일상대화 톤과 속도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했습니다.
사실 100일 기간을 알차게 보냈다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지만
주어진 시간동안 최대한의 효율로 공부하였던 것 같아서 준비 팁을 공유해보았습니다.
특히 저처럼 한자와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단기간 준비하시려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럼 다음에는 1급 소식을 들고 오겠습니다.
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공부 전략와 팁들은 또 공유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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