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설 음식 오세치 요리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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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신기한 먹거리

일본 설 음식 오세치 요리 먹기

by narau 2021.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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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새해 正月(しょうがつ 쇼-가츠)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제 냉장고에 넣어둔 오세치 요리가 생각났어요. 

얼른 먹어봐야지, 궁금해서 더 허기진 느낌이었어요.ㅎㅎㅎ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굳이 주문해보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연휴 내내 집에만 있어야 하고 이런 것이라도 해야 설 기분이 날 것 같아서 주문하게 되었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냉장고에서 찬합(重箱 쥬-바코)을 꺼내 3단 층을 열어서 펼쳐 두었어요. 

 

저희가 주문한 오세치는 "추천"으로 판매 중인 중간 가격대 상품으로 3단 찬합이었어요. 

오세치는 신에게 바치는 공물가족의 번영을 기원하는 요리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찬합에 넣는 이유는 복과 경사를 쌓아 올린다는 의미인데요, 

정식은 5단(1~4단까지 음식을 담고 마지막 5번째 단은 복을 넣는 공간이어서 비워둠)이지만

현대에는 3단 찬합으로 만들어 파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해요. 

 

찬합에 넣는 요리 수는 정해져있는데, 5-7-9종류 같이 홀수로 담으면 재수가 좋다고 여깁니다. 

칸칸마다 특색 있고, 알록달록한 반찬들이 예쁘고 먹음직스러워 보였어요.  

 

 

남편과 서로 새해 덕담을 나누고, 미리 지어둔 밥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오세치 요리는 맛있기도 하지만, 운을 좋게 하고 재료 각각에 의미를 담고 있는 설 음식이랍니다. 

 

견과류 외에는 달짝지근한 게 없었고, 전체적으로 짭짜름하고 감칠맛 나서 밥반찬으로 적절했습니다. 

육류 식감은 몰캉몰캉해서 너무나 부드러웠고, 야채들은 굉장히 아삭아삭했습니다.  

 

왼쪽 위부터 반시계방향으로 1층, 2층, 3층에 들어있는 음식들입니다. 젓가락은 축복, 경사 등을 뜻하는 寿(코토부키)가 새겨진 포장에 담겨 있습니다.   

 

그럼, 각 층에 들어 있는 음식을 하나씩 보여드릴게요. 

 

제일 윗층에는 달짝지근한 맛이 가장 많이 들어있었습니다. (나머지 2,3층은 짭짜름한 맛들이었어요.)

연어알, 청어알, 검은콩, 호두, 멸치, 계란말이, 다시마말이(콘부마키), 인삼참깨볶음, 구리킨톤 등등이 들어있었습니다. 

 

구리킨톤은 고구마를 삶아서 체로 거른 것에 설탕으로 조린 밤을 곁들인 음식으로서, 윗 줄 가운데 노란색 음식을 가리킵니다.

이 노란색이 돈을 의미하는 금색을 상징해서, 사업이 번성하고 부를 가져온다(금전운 향상)는 의미가 있다고 해요. 

콘부마키(다시마말이)는 그 오른쪽에 동그랗게 싸고 있는 모양의 음식인데요, 기뻐하다는 뜻의 喜ぶ(요로코부) 동사와 비슷한 발음이어서 가정의 화목과 길조를 비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제 입맛에는 청어알(노란색), 생선(청어알 옆)이 밥과 잘 어울렸고, 호두와 멸치, 구리킨톤도 먹기 좋게 맛있었습니다.

청어알은 자손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고, 멸치 조림(다즈쿠리/고마메)은 오곡풍양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고 해요. 

검은콩(黒豆 쿠로마메)는 무병장수, 부지런하게 일할 수 있기를 기원하고 마귀를 쫓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두번째 층에는 가리비소금구이, 방어양념구이, 흑돼지양념구이, 다테마키, 닭고기 경단, 가마보코, 스모크 연어, 로스트 비프, 복숭아조림 등이 들어 있습니다.

 

다테마키란 계란과 생선살을 섞어 구운 것으로 오른쪽 아래에 담겨있는 음식인데요, 가운데에 소용돌이 치는 모양이 기모노 두루마기와 닮은 모양이라고 해서, 학업 성취와 문화 발전 등을 의미한다고 해요. 

그 위에 있는 흰색과 붉은색 어묵은 행복을 가져온다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붉은 색은 마귀를 쫓고, 흰 색은 맑고 깨끗하고 신성함을 표현한다고 해요. 반원형의 모양은 해가 떠오르는 모양을 본딴 것이라고 하네요. 

방어는 출세의 물고기라고 불려서, 사업 성공과 입신 양명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달콤한 맛은 없고 반찬으로 먹기 좋은 짭짜름한 맛이었고, 제 입맛엔 가리비구이(위엔 노란색은 우니 소스)가 제일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아래 세 번째 층에는 전복, 새우, 죽순, 표고버섯, 곤약, 토란, 연근, 두부조림, 냉채 등등이 들어 있었어요. 

 

역시나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재료들도 있었는데, 중간에 사탕 같이 생긴 말랑한 어묵(?!)과

왼쪽 중간의 하얀색 동그란 완자는 생선살을 다져서 만든 어묵 같은 맛이 났는데 무엇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새우는 장수를 상징하고, 표고버섯은 원기와 건강에 대한 기원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곤약은 겉모습이 새끼줄을 닮았다고 해서, 고삐를 죄고 마음을 다잡아 수련한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해요. 

연근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을 뜻하고, 죽순은 쭉쭉 뻗어나가는 출세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토란은 많은 작은 알들을 수확한다는 뜻에서 자손 번영의 뜻을 가진다고 해요. 

제가 해산물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저는 고기보다는 해산물들이 맛있었고, 남편은 고기류가 맛있다고 했어요. 

 

양이 정말 많아서 조금씩 먹고 밥을 정말 조금 담았는데도, 배가 금방 차올랐어요. 

당연히 다 먹지는 못하고, 남은 양은 점심과 저녁에 더 나눠 먹기로 하였습니다. 

실제로도 3일 동안 집안일 하지 않고 먹기 위해서 많이 준비해놓고 먹는 음식이라고 하더라구요. 

 

 

각 재료에 담긴 의미들을 생각하면서 먹으니 새해를 맞이했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자가격리 같은 명절을 보내다보니 새해를 맞이했다는 느낌이 사실 거의 들지 않았는데, 

이국 땅에서 단 둘이 이렇게도 설을 보낼 수 있어서 이 역시 훗날 추억이 되리라 감사히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식사가 아니라 가족의 건강, 번영,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코로나로 가족 친지들과 만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멀리서나마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며 마음을 전해보았습니다.  

 

올해 2021년에는 작년보다 더 행복한 일들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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