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2월 31일 섣달 그믐 풍습 : 토시코시 소바
본문 바로가기
리뷰/신기한 먹거리

일본 12월 31일 섣달 그믐 풍습 : 토시코시 소바

by narau 2020. 12. 31.
반응형

오늘은 12월 31일과 설에 일본에서 먹는 일본 새해 음식들을 소개해드리려 해요.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한국에서 가족들과 연말을 보내고 있겠지만,

일본에서 설을 맞게 된 이상, 직접 일본 새해 음식을 먹어보기로 하였어요.  

 

 

일본에는 12월 31일 섣달 그믐에 소바를 먹는 토시코시 소바 (年越しそば)라는 풍습이 있습니다. 

약 800년 전 가마쿠라 시대에 절에서 사람들에게 소바를 만들어 대접한 것이 기원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이후 에도 시대 중기에 이르러 연말 풍습으로 정착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기왕이면 남편과 50년, 100년 된 유명한 소바집에 가서 사람들과 함께 북적대며 먹고 싶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외식이 꺼려지는만큼 남편과 단둘이 집에서 먹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양력으로 1월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설을 보내는데,

이 기간에 먹는 음식을 오세치 요리 (おせち料理)라고 부른답니다. 

 

연휴 3일간 먹을 음식을 미리 만들어두고, 모두들 집안일에서 벗어나 천천히 먹는 음식이라고 해요.  

저는 처음에 설이라고 다들 과식하는 건 어디든 똑같구나 했는데 

알고보니 한 끼 식사가 아니고 3일간 천천히 먹는 거라는 걸 알았어요ㅎㅎ 

 

그런데 며칠간 먹을 수 있도록 장기간 보존을 염두에 두고 만든 음식이다보니 

모든 음식에 설탕이 들어가서 달짝지근한 차가운 반찬들이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코로나로 외출이 쉽지 않다보니, 집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받을 수 있는 제품들로 주문을 하게 되었어요. 

우체통에 팸플릿을 넣어주어서 오늘 날짜로 주문하고, 방금 남편과 함께 나가서 받아 왔답니다. 

 

받자마자 건물 앞 벤치에 올려두고 찍어 보았습니다. 왼쪽에 찬합처럼 보이는 것이 오세치 요리입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비닐봉투에는 연말에 먹는 음식인 소바가 담겨 있습니다.  

코로나로 더더욱 집콕이 예정된지라, 식량을 확보하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노을이 예뻐서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봤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냉장고에 옮겨 담았습니다. 

먼저 오세치 요리는 내일 1월 1일 정월부터 먹을 예정이고, 냉장보관을 하라고 써 있어서 곧장 옮겼어요. 

 

포장 박스를 열면 단열재 역할을 하는 스티로폼이 들어가있고,

젓가락 세트와 거대한 얼음 주머니가 들어있습니다. 바닥에도 똑같은 게 깔려 있었어요.    

얼음 덩어리를 걷어내면, 보자기 같은 천에 싸인 도시락통이 보입니다. 

 

천을 풀면 다음처럼 작은 안내 책자가 있었어요. 

안에는 담긴 음식들에 대한 명칭과 사진이 간략히 담겨 있습니다. 

얼른 당장 먹고 싶은 욕구가 휘몰아쳤지만, 그래도 진정하고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통이 3층으로 되어 있다보니, 냉장고 높이에 맞지 않아서 냉장고 한 층을 빼 내고 담았어요. 

타국에서 외롭게 맞는 설일 것만 같았는데, 그래도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나니 기분이 좀 좋아졌습니다. 

오세치 요리 개봉과 각각의 후기는 내일 직접 먹으면서 또 정리해보려고 해요. :) 

 

그리고 오늘 저녁으로는 집에서 소바와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소바는 먹는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새해를 넘지만 않으면, 12월 31일 중 언제든 먹어도 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토시코시라는 단어 자체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인데요, 

소바를 먹는 것은 운수대통과 신년의 행운을 빈다는 의미가 깃들여 있습니다. 

 

다른 면들과 달리 소바면은 딱딱 끊어지기 때문에 1년간의 액운을 끊어낸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메밀이 척박한 땅에서 폭풍을 맞고도 잘 자란다는 이유로 건강재수가 좋다는 뜻도 있구요. 

또 예전에 금 세공 장인이 금가루를 수집할 때 메밀가루로 된 경단을 사용했기 때문에

메밀이 재운 상승을 돕고 돈을 모이게 해준다는 의미도 있다고 해요. 

그리고 가늘고 긴 모양이 장수를 기원한다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먹기 좋은 음식 같아요. 

 

면과 재료를 따로 팔고 있긴 했지만, 제가 토시코시 소바를 직접 먹어본 적이 없어서 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실제로 토시코시 소바는 직접 만들지 않고 주문해서 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듣고는, 

저희도 간편식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주문해서 이번에 받아온 것이었어요. 

 

소바는 차가운 소바, 따뜻한 소바 두 가지가 있지만, 온도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토시코시 소바로 둘 중 아무거나 모두 괜찮다고 해서 저희는 따뜻한 소바로 준비했습니다. 

소바를 여름에 많이 먹어서 차가운 소바가 익숙하지만, 따뜻한 소바도 맛있었어요. 

 

 

따뜻한 국물과 함께 토핑으로 들어있는 튀김(텐푸라 天ぷら)과 버섯, 어묵 등이 생각보다 맛있었어요. 

텐푸라는 일반적으로 생선이나 채소에 밀가루를 묻혀 튀겨내는데, 

생선 중 도미(타이 鯛)는 축하한다는 뜻의 오메데타이(おめでたい), 메데타이(めでたい)와 발음이 겹치고, 

새우는 허리가 굽을 때까지 오래 살 수 있다는 장수를 상징하고, 유부는 금운 상승, 

어묵(가마보코)은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모양이라고 해서 길조를 의미한다고 해요. 

 

저희도 코로나로 예측 불가한 많은 일을 겪어야 했던 한 해를 돌이켜보며 

올 한 해의 액운을 끊고, 더 밝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기를 기원하며 소바를 먹었습니다. 

 

 

 

최초로 관객 없이 진행되는 홍백가합전을 보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이런 일이 있었지, 이런 일도 있었어, 남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들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섣달 그믐밤 보내시길 바랄게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