温水洗浄便座症候群 온수 세정 변기 증후군 혹은 비데 증후군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의학용어는 아니고 20년 전 항문외과 의사의 연구 보고 중 등장한 용어였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오늘 점심시간을 이용해 남편과 함께 긴자에 있는 대장항문외과에 다녀왔습니다.
남편이 코로나 이후로 오랫동안 앉아 있다보니 엉덩이가 자꾸 습해지고 통증을 느낀다고 해서 가게 되었어요.
일본에서 도대체 어느 병원이 좋을지 몰라 집 근처 병원부터 검색해보았는데 안좋은 리뷰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보로 가기엔 조금 멀지만 구글 평점에서 4.7점으로 평이 좋은 곳이 있어서 가보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최근에 굉장히 만족스럽게 다녀와서 비잔정 관련 포스팅에서 언급도 했었던 산부인과는 평점이 4.4이었어요. 사실 한국에서도 만족도 높기로 유명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었는데 그때 경험 대비 훌륭했었습니다.)
찾아보니 해당 클리닉 원장이신 이와다레 준이치 선생님은 일본 항문외과 분야에서 유명한 분으로 임상 항문질환 학회 이사장, 학회 총회 회장, 병원 센터장 등 거치는 동안 책도 많이 쓰고 TV 등에도 출연하신 분이라고 했습니다. 퇴직 후 긴자에 클리닉을 여신 거라고 하더라구요.
별점이 1점과 5점으로 양극화되어 있었는데, 1점 이유를 보면 모두 비싸다는 이유였고 5점을 보면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많아서 신뢰가 갔습니다. 진료비는 비싸지만(초진 10,000엔(약값 등 기타비용 제외), 한국 돈으로 10만 5500원;;;) 리뷰들을 보면 다른 병원 여러번 가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는 평이었어요. 홈페이지에 쓰여있는 초진비(병원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었어요)를 보고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는데;; 여러번 가느니 한번에 빨리 낫는 게 낫겠다 싶어서 남편과 다녀왔습니다.
저도 같이 들어오라고 하셔서 남편과 같이 설명을 듣는데, 인상이 우선 너무 좋으셨어요.
백발에 눈썹과 수염까지 모두 하얀 선생님이셨는데, 친근하면서도 밝은 톤으로 인사를 해주셨어요.
내시경으로 촬영한 내부 영상을 같이 보여주시고
생활 습관 등 꼼꼼히 물어보시고 굉장히 친절하고 편안하게 답변해주셔서 좋았습니다.
일본어와 약간의 영어를 섞어가며 답변해주셨는데, 할아버지한테 듣는 느낌처럼 친근했습니다.
샘 책상 위 굉장히 큰 모니터가 터치스크린도 되는 거여서
사진에 직접 그림도 그려주시고 확대해서 표시도 해주시면서 꼼꼼히 설명해주셨어요.
(가까이에서 보니 애플워치에 무척 세련된 운동화를 신으시고 패셔너블하셔서 놀랐어요;;)
검사 시간보다 샘과 면담시간이 훨씬 길었어요.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다가 남편의 엉덩이 질환이 남편의 생활 습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것은 남편이 집에서 화장실을 계속 가면서 비데를 자주 쓴 것이었는데요.
잘못된 사용법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사온 후에 오래된 비데를 뜯어내고 새로 비데를 샀는데
새 걸 산 후 남편은 깨끗한 걸 좋아하기도 해서 비데를 자주 사용했어요.
그런데 저와 달리 남편에게 염증이 생긴 이유는 다음과 같았어요.
남편은 일을 마친 후 비데를 바로 쓰고 건조하는데
사실 마친 후 한번 휴지로 닦아내고 비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물로만 하는 것이 더 깨끗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염증이 생기는 원인이 될 수 있는 습관이라고 하니 유의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말씀해주신 것이 온수 세정 변기 증후군(혹은 비데 증후군)이었습니다.
항문을 자주 씻어 청결하게 유지하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에서 과도한 세척 후
가려움, 따가움 등 불편함을 느끼는 증세인데, 증상 유무에는 개인차가 있다고 합니다.
목욕할 때에 비누/바디샴푸로 바디브러시, 때수건 등 이용해 항문 부위를 강하게 문지르거나
샤워기를 직접 조준하여 씻는 경우, 항문 외부만이 아닌 안쪽까지 씻는 경우,
화장실에 갈 때마다 항상 비데를 사용하는 등 지나친 청결 의식은 피부를 상하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씻는다고 해서 치질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사용 습관으로 상처가 생기거나 피부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려움증으로 발병하나, 가려워서 긁을 경우 따끔거리고 아픔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피부에서 습진이 생기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나오게 됩니다.
악취가 나는 경우도 있어서 이를 걱정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항문 주변이 부어서 부종이 생기고 붉거나 희게 색이 변화합니다.
또는 짙은 사마귀나 기미 같은 형태가 생기기도 한다고 합니다.
탄력이 없어지고 피부 당김을 느낄 수도 있으며, 탄력을 잃어 좁아진 경우 기능이 떨어져 수술을 하게 됩니다.
과잉 위생이 좋지 않다는 것에서 일본에서는 올바른 씻기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합니다.
원래 필요한 항문 주변 피부의 피지까지 과도하게 씻어내 피부 장벽 기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염증이나 가려움증 등 증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들을 모두 일컬어 온수세정변기증후군 혹은 비데증후군으로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깨끗한 온수를 세척하여 청결하게 하는 것은 위생면에서나 기분면에서나 좋은 일이지만,
멸균하고 싶다거나 완벽하게 모든 냄새를 없애고 싶다는 등 과도한 청결관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온수 비데 자동 모드의 전원이 멈출 때까지 15~20분까지 내내 사용한다거나,
화장실에 갈 때마다 (대변을 보지 않아도) 하루에 10회 이상 비데를 계속 사용하는 것,
수압을 강하게 해서 비데 관장을 하거나 항문 내부까지 씻는 것,
아기전용 제품이나 각종 위생제품을 이용해 엉덩이와 항문 내외부를 닦는 것,
소독을 위해 알코올 성분 소독약을 쓰는 것 등 각종 잘못된 청결의식으로 인한 발병이 많다고 하는데요;;
항문 주위 피부는 눈 주변 피부처럼 얇고 섬세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이렇게 자주 씻어서 가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을 불결함이 남아 있어서라고 생각해서 더 심하게 닦거나
임의로 소독제를 사용해서 염증을 반복한 피부에서 심각한 통증과 함께 피부암까지 발생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본래 항문은 소독한다고 해서 무균 상태가 되지 않거니와 피부 장벽의 역할을 하는 상주균도 있습니다.
과한 소독은 좋은 균까지 모두 죽여 버리고 피부 면역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항문은 치질 수술 후 조차 소독을 하지 않는 부위라고 하니, 굳이 소독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합니다.)
올바른 비데 사용법
비데 버튼을 누르면 변기에서 노즐이 나오고, 항문을 씻어주는 기능을 가진 것이 일반적입니다.
비데 노즐의 각도에 따라 항문 뿐만 아니라 비데라는 버튼으로 외음부를 씻을 수 있습니다.
화장지로만 닦는 것보다 물로 씻는 것이 더 세척이 될 수 있습니다.
수압과 시간 등을 달리할 수 있는데 약한 수압으로 5~10초 정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나치게 자주 씻고나 수압을 너무 강하게 할 경우 피부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매회 10초 이상 반복해서 세정하면 항문 주변 피부 피지까지 떨어져버릴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배변 자극용으로 쓰거나 장청소나 질세척 용도로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지 않도록 평소 규칙적인 생활, 식이섬유를 포함한 균형잡힌 식생활,
적절한 수분 섭취, 유산균 등 장내 환경 및 장건강 등을 평소 신경쓰도록 합니다.
비데 사용 후에는 물기를 잘 닦아내야 합니다.
물기가 남아있을 경우 피부가 짓무르거나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오늘 명의 선생님께 들은 올바른 사용법을 간단히 정리하면,
화장실 사용 (5분 미만 권장) → 비데 사용 (온수 5~10초. 항문 내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항문을 닫은 상태 유지) → 물기 제거
그리고 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다양한 상세한 설명 후에 남편이 얘기하지 않은 증상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맞추시고 필요한 약들도 처방해주셨어요.
그래서 남편은 무척 감격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유쾌하고 좋은 선생님을 뵈어서 저희도 마음 놓고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간호사 선생님들도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었는데 전자기기를 잘 쓰시고 굉장히 친절하셨어요.
약국에 갈 필요 없이 필요한 약 3가지도 예쁘게 담아서 주시더라구요.
약값까지 15,000엔이 나왔지만 남편은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왜 '명의'라고 하는지 알겠다면서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만족스러웠던 진료였다고 했어요.
부끄럽지만 불편하고 고통스러웠던 부분을 편안하게 속시원히 진료해주셔서 좋다고 연신 말했습니다.
남편은 사실 처음이 아니고 한국에서 직장생활 하면서도 비슷한 증세로 병원을 다녔었는데
치질도 아니고 수술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어서 별 거 아니다 라는 진단밖에 받지 못했어요.
하지만 불편하다고 하니 피부과를 가보라고 해서 피부과를 갔었고 피부과에서는 연고만 처방해줬는데
진료 경험도 좋지 않았거니와 계속 낫지 않아 만성화가 되어가고 있던 거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태는 물론 이유와 원인에 대해서도 함께 찾고 상세히 답변해주시니 너무 속이 시원하다고 했어요.
저도 오늘 좋은 정보도 알게 되고, 남편의 편안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남편은 오늘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벌써 곁에서 자고 있네요.
앉아서 오래 일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안심할 수 없는 피부질환이지만
평소 생활습관부터 조심한다면 미리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신 누군가에게는 도움되시기를 바라며 자는 남편 곁에서 저도 정리해보았어요.
다들 건강 유의하시고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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