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되다 (차현나 지음, 더 퀘스트, 2020)
인터넷 서점에 들어갔다가 관심사에 따른 추천도서에 뜬 것을 보고 함께 구입을 하게 되었다.
우선 저자가 현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데이터랩 랩장이라는 이력이 매력적이었고,
이전에는 스타벅스코리아와 KT경제경영연구소 등에서 일하였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본문은 저자가 이화여대 소비자심리학 학사, 석사, 박사를 받고, 자신의 강점을 무기로
업계에서 문과 출신으로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성장하기까지 경험담을 담고 있다.
비록 도메인은 다르지만, 같은 문과 출신자로서 공감 가는 부분도 많고,
비슷한 고민을 해왔고 현재 업계에서 활동하는 동료를 알게된 것 같은 반가움도 컸다.
기술, 통계, 인문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숫자와 언어 속에서 맥락을 읽어내야 하는 업무.
외국어를 배우듯 코딩을 배우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듯 통계를 대해야 한다는 비유도 와닿았다.
다만, "먼저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p.81)"고 한 부분은 처음에 의아했다.
과연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는데, 제너럴리스트를 거친 후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게 가능한가?
그런 사람을 과연 진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가? 취준생만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이라 관점이 다른가?
그런데 읽다보니, 실제 저자가 전달하려는 내용은 이와 다른 것 같았다.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는 중심축을 하나 세운 다음
제너럴리스트로서 여러 분야를 두루 알고 차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전문 분야를 가진 뒤 다른 분야를 만날 때 생각의 깊이가 달라진다.
자신의 영역에서 정점에 이르러야 원리가 보이고 다른 영역에 적용하기가 쉬워진다."
저자가 처음에 말한 선행관계가
[스페셜리스트->제너럴리스트->스페셜리스트]로 좀더 명확히 써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자신의 강점이 있어야 더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저자의 이 부분도 몹시 와닿았다.
"일단 같은 10년이란 기간 동안 한 분야를 전공하고 정진했다면 그 분야에서 발전시킨 역량을 인정해줘야 한다.
기본적으로 나와 다른 분야에 매진한 사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덜 중요한 일은 아니다."
사실 책을 읽는 내내 자연스레 지난 경험담이 떠오르고 내 상황에도 대입해서 읽게 되곤 했는데
그래서 더 공감이 잘 되고, 잘 읽혔던 것 같다. (책을 받고, 앉은 자리에서 금방 다 읽었다.)
나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잠시 개발팀을 떠나 새로 생긴 소규모 팀에 상근으로 일했던 적이 있었다.
열린 마음으로 세대 격차를 뛰어 넘어 회사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자는 취지의 신생 팀이었던 만큼
개인적으로 기대도 컸었고, 누구보다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했던 '내가 쉽게 해내는 일, 남들만큼 노력하지 않아도 비교적 좋은 결과를 내는 일'에 해당했다.)
하지만 실상은, 이전 팀에서 볼 수 없던 이상한 경쟁과 공격으로 피곤한 곳이었다.
서로 윗선에 잘 보이기에 급급해서, 협력은 커녕 기본적인 정보 공유도 잘 이뤄지지 않았고
몹시 무례하고 상황에 따라 매번 말을 바꾸니 제대로 일이 될리 만무했다.
대신 그곳에서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스스로 열심히 노력해왔던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반면,
실제 본인이 가진 능력이 없을수록 다른 사람에 대해 공격적이고 무조건 깎아내리려 한다는 것이었다.
(단적인 예로 나만 빼고 자신들은 공대 출신이라고 했지만 정작 개발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고
난 문과 출신이었지만 학위과정은 빼고 이직 전후만 따지더라도 개발실 경험은 내가 제일 길었다.)
근거 없는 비난과 일반화는 그 당사자가 가진 열등감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깊은 실망을 느껴 원 소속 부서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1년 2개월이 된 시점부터 다시 AI팀에서 일할 수 있었다.
전문성은 물론, 스스로 자신감과 여유를 가진 사람들과 다시 일하니 그동안 시달리던 업무 외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저자는 박사 졸업 후에도 쉼없이 계속 달려왔다고 했는데 아마 책에는 담지 못한 많은 일들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일이 재밌더라도 어느 순간 더 힘이 나지 않아 쉬게 되었다고 되어 있는데,
아마도 그동안 이 책을 쓰셨고 새로운 보금자리도 찾으셨던 것 같다.
자신의 길을 찾아 오래 꾸준히 달려 오시고 또 계속 나아가고 계신 저자분 덕분에
나도 용기를 얻게 되었고, 더 힘을 내어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4부에 나오는 '나'라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워크숍 부분이 가장 도움이 되었다.
엑셀 파일에 각 문항에 대한 답을 적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좀더 고민하고,
키워드를 도출하고, 스스로 되묻는 과정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 내면의 욕망에 대해 좀더 마주해볼 수 있었다.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매일매일 정진하는 모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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