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 (Kim Jiyoung, Born 1982)
오늘 처음으로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봤다.
공유, 정유미 같은 호감도 높은 배우들이 주연인데도 영화평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영화여서
아무리 민감한 주제라고 한들 '과연 어떻게 풀어냈길래 그럴까' 궁금했었다.
(심지어 정유미 님은 검색만 해도 '페미'라는 단어와 함께 연관 검색어가 떠서 놀랐다..)
나 역시 비슷한 시기를 거쳐 자랐고 (나는 84, 친언니는 81),
다루고 있는 주제들 역시 나와 온전히 무관한 내용이라 볼 수 없었기에
남편과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남편이 먼저 같이 보겠다고 해서 좋았다.
남자인데다 80년대생도 아니어서 공감도 안되고 이해도 못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이 되기는 했다.
나는 세대를 거쳐 외할머니와 엄마, 딸로 이어지는
여성의 연대기 같은 스토리가 가장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 역시 몹시 가부장적인 가풍 속에서 자라나서
극중 김지영의 친가쪽 어른들의 행동이 전혀 낯설지는 않았다.
사실 지영의 어머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희생당한 전형적인 옛 집안 맏딸이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깨인 생각과 합리적인 판단을 가진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힘겹고 부당한 삶을 책임감으로 감내하고, 가족들을 부양하고,
아파하는 딸을 위해 대신 소리쳐 울고 딸을 지원해주는 엄마의 마음.
나는 지영과 어머니와의 관계를 다룬 장면에서 가장 많이 눈물이 났다.
함께 영화를 본 신랑 역시 무심한 아버지에 대해 나보다 더 분개하고,
행동은 없이 도움 안되는 말만 하는 남편의 소극적인 모습과
여성으로서 겪는 각종 불합리한 일에 대해 내내 답답해했다.
남자형제만 있는 집에서 태어나 공감을 전혀 못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처음에 염려했던 마음은 기우였던듯 나와 함께 끝까지 흥미롭게 보았다.
영화는 소설과는 다른 결말을 맺었지만
너무 익숙해서 이미 문제라고도 느끼지 못했던 많이 부분들에 대해
'이것(누군가의 일방적 희생, 특정인에 대한 위협과 배제 등)이 과연 당연한 것인가?'
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온건한 수준의 질문이었음에도 불편하게 느낀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은 더이상 거론하지 않겠다)
서로를 존중하는 기본적인 배려를 갖추기를 독려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더이상 생물학적 성별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자유를 침해당하는 일이 없는
더 안전하고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