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지 시장 우니동 우니덮밥
어제는 토요일을 맞아 병원을 다녀왔어요. 평점이 높은 병원을 찾다 보니 도쿄 츠키지 시장 근처에 위치해있길래 예약을 하고 오전에 다녀왔답니다. 검사를 받고 진료를 받은 후 출출해져서 남편과 츠키지 시장에 가서 밥을 먹기로 했어요.
가면서 문득 츠키지 시장을 남편이랑 3년 전에 가보고 이번에 3년 만에 가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벌써 3년 전이라니... 새삼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느꼈어요. 코로나로 분위기 역시 사뭇 달라서 더 그랬던 것 같구요.
코로나 때문에 사람은 예전보다 줄었고, 닫혀 있는 가게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손님들이 찾는 곳이었어요.
3년 전엔 제가 다른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터라 집에 와서 클라우드를 찾아보니 예전 사진들을 볼 수 있더라구요.
잠시 추억에 젖어 아, 3년 만에 살이 많이 쪘구나, 나이도 먹었구나 느끼며 재밌게 사진을 구경했습니다. ㅎㅎㅎ
비교를 위해 3년 전 사진 보여드릴게요.
코로나 전이라 지금처럼 다들 마스크 쓰는 것은 아니고 사진 속 한 분 마스크 쓴 여성분이 보이는 정도네요.
사람이 확실히 많았고 모든 가게가 성업 중이었습니다. 식당 앞에도 곳곳에 줄이 길게 서있었구요.
노점상도 참 많았고, 골목골목 들어가면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 어깨를 움츠리고 걸었던 기억이 나요.
좁은 거리에서 서로 간격을 유지하면서 걷느라 무척 힘들었는데.. 어제는 길거리가 정말 한산하고 닫은 가게들도 많아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때 원래 가고 싶던 식당들이 줄이 너무 길고, 대기시간도 너무 길어서, 포기하고 곧장 들어갈 수 있는 식당에 들어갔었어요.
식당 안은 손님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원하는 때에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던 곳이었습니다. 음식 맛도 정말 좋았구요.
사실 줄이 긴 식당은 가성비가 훌륭해서 인기가 있는 곳이었는데, 시간 대신 돈을 지불하기로 하고 들어갔던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가격이 당시 3500엔 정도였는데.. 생각했던 예산보다 비쌌지만 그래도 우니가 신선하고 맛있어서 행복했었어요.
3년 전에 둘이서 똑같이 우니와 마구로가 들어간 덮밥을 먹었었는데, 정말 꿀맛 같은 맛이었더래서.. 또 그때처럼 맛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저는 그때 갔던 가게 이름도, 위치도, 어느 골목에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남편이 여기 쯤이었던 것 같다며 성큼성큼 걸어갔는데 정말 그 가게가 딱 나왔어요(인간 내비게이션!).
간판을 보자마자 아, 여기였다 하고 생생히 기억이 나더라구요. 3년 동안 외관은 그대로였어요.
남편도 가게 이름은 몰랐지만 어디에 있었다는 게 어렴풋이 기억에 나서 와봤는데 곧장 찾아서 신기하다며 좋아했어요.
사실 다른 식당들과 꼼꼼히 비교해본 것이 아니라 맛집이라 강하게 추천드리긴 어렵지만
여전히 운영하고 있고 안에도 손님들이 있는 것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 앉았던 자리는 아니지만 안내해주는 자리는 3년 전에 앉은 테이블 근처였어요.
우리 저기 앉았었는데, 하면서 남편과 살짝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때 시켰던 메뉴와 똑같은 사진은 없었지만 마구로와 우니로 이루어진 메뉴가 있어서 남편은 그것을 시켰어요.
다만 예전에는 우니가 중심이 되어 우니가 더 많았던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마구로가 더 많은 느낌이었어요.
가격은 3년 전과 동일하게 3500엔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우니와 연어알과 게살이 올라간 덮밥을 시켰어요. 요건 3300엔이었어요.
다행히 시소(일본 깻잎) 아래 부분에도 게살과 연어알이 빼곡히 있었어요.
앞접시에 시소를 덜어내고 간장을 조금씩 밥에 부어가며 먹었습니다.
서로 다른 메뉴를 시킨 덕에 남편과 서로 메뉴도 바꿔서 먹어보고, 3년 전 추억을 회상하며 이야기하다 보니 금세 각자 한 그릇을 뚝딱 했어요.
가격은 비쌌지만, 그래도 남편도 너무 맛있었다 하며 오늘까지도 계속 말하고 있네요.
일본에서는 스시가 정말 맛있는 것 같아요. 가격이 비싸서 매끼 먹을 수는 없다는 게 슬플 뿐이에요.ㅠㅠ
코로나 때문에 운영을 하지 않는 식당들도 많았지만, 다행히 저희가 예전에 갔었던 식당이 열려 있던 덕분에 추억을 또 쌓을 수 있었어요.
닫혀 있는 가게들도 다시 열리고 예전처럼 활기찬 거리 모습을 또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더이상 걱정과 두려움에 떨면서 외식하지 않으면 좋겠구요...
아참, 참고로 백종원 님이 소개하셨던 호르몬동 전문점 호르몬 니코미 키츠네야는 아직 운영 중입니다.
저희는 딱히 땡기지 않아서 먹지 않았지만, 일본인 손님들이 드시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도쿄 츠키지 시장을 찾으시는 분들도 맛있고 즐거운 추억들 많이 만들고 가시길 바랄게요.